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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회고

베트남 사일로 합류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보험 사일로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게 편해지고, 반복적인 업무들이 지속되면서 업무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힘들게 토스의 문화와 속도, 일하는 방식에 적응했지만 어느새 보험 사일로는 나에게 Comfort Zone이 되어 있었다. 토스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여러가지 조직적인 변화와 사일로 구성원들의 조직 이동에 대한 생각이 맞물렸고, 보험 사일로가 사라졌다. 1년간 함께 정말 치열하게 일했다.

그리고 나는 여러 가지 옵션 중 가장 재미있어 보였던 베트남 사일로에 합류했다.

토스 페이먼츠 리더로 떠나버린 ex-단짝 민표님

함께 일한지 1년만에 첫 회식 @wildflower

해외에서 바닥부터 제품 만들기

사람들이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사람들이 꾸준히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제품에서 가치를 느꼈다는 의미이다.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가치를 제공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토스는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어렵던 송금이라는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다면 제품이 가치를 주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스타트업에선 제품이 가치를 주고 있다면 Product-Market Fit을 찾았다고 표현한다. Product-Market Fit을 찾았는지 판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코호트 리텐션 분석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정 코호트가 이탈하지 않는다면, 즉, 이탈하지 않는 유저군이 존재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유저의 수가 쌓여간다. 리텐션에 대한 이야기는 세콰이어 캐피탈의 글에 보다 자세히 나와 있다.

모든 팀원들이 아이디에이션에서 나온 아이템들에 점수를 매겼다 (100점 만점)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거의 모두 실험해보았다. 그리고 모든 실험들의 코호트 리텐션을 분석했다. 모든 실험들의 리텐션 그래프는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꾸준히 사용하는 유저가 없었다. 열심히 고민하고 실험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팀 전체가 힘들었다. 개인적인 힘듦도 있었다. 대부분의 실험들이 네이티브 클라이언트 (iOS, Android)에서 이루어져서,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진지하게 다른 사일로로 옮기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실험에서 수평 리텐션 (Flattening Curves)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수평 리텐션을 plateau라고 칭했다)

Plateau(고원)의 모습

지금까지 진행했던 모든 실험들이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가 수평 리텐션을 찾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Product-Market Fit을 검증해보았다. NPS도 측정해보았고, PM Fit Survey도 진행해보았고, User Test도 진행해보았다. 더 엄격한 조건을 통해 리텐션을 측정해보기도 했다. 놀랍게도 모든 지표들이 Product-Market Fit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소고기 거하게 먹었음 (승진님 사비)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당연히 힘들었다. 기대를 품고 진행한 실험이 하나씩 실패할 때 마다 마음이 아려왔다. 연속된 실패가 익숙하지 않았다.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는 건 맞지만 아무튼 실패는 졸라 아팠다… PO 승진님은 이런 실패들은 당연한 것이고 우린 여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아티클들을 공유해주었는데,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아티클은 Y Combinator의 Startup PlaybookStartup School (특히 How to Work Together)이다. 일에 대한 전반적인 마음가짐이 개발자 모드에서 창업자 모드로 바뀌었다. 일할 때 도움되는 내용이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공유했다.

제품에 대한 관점

하반기에 몇 가지 업무들에 대해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기회가 생겼다. 직접 가설과 배경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기능을 출시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액션 플랜을 세웠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해외 솔루션을 도입을 시도했다. 해외 업체들과 미팅을 했고, 특정 업체의 제품을 도입해서 테스트해보았다. 비용 구조를 프로젝션 해서 도입 실효성을 검토했고,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가격 협상도 직접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맡을만한 업무들이 아니었다. 당연히 처음 해보는 일들이었기에 실수도 생겼다. 특히 비용에 대한 프로젝션을 잘못 했을 때엔 아주 아찔했다. 업무에 절대적인 시간도 많이 투입했고 그 시간의 밀도도 굉장히 높았다. 경험치를 많이 쌓았고 아주 재미있었다.

행운

사실 2020년 초에 더 많은 보상에 눈이 멀어 이직하려고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같았다. 나는 일의 본질에만 집중하고 프로답게 일하는 토스의 문화와 사람들이 정말 좋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에서 제품을 바닥부터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서 경험해본 것도 정말 큰 행운이다.

올해 새롭게 해본 일들

레이싱 서킷 라이센스 취득

드라이빙 맛을 살짝 봤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Starter Pack, M Drift 코스를 수강하며 오버스티어, 언더스티어와 같은 실제 운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체험해보았다. 또한 드리프트하는 방법을 배웠다. BMW 드라이빙 센터를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연찮게 함께 레이싱 서킷 라이센스 취득할 사람을 구하는 글을 읽었고, 실제로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되었다.

차 바꿨음 (카푸어행)

BMW 드라이빙 센터

인제 스피디움 관중석

서킷 라이센스

테니스

테니스를 시작했다. 회사 바로 근처에 실내 테니스장이 있어서 주 2회 30분씩 레슨을 받는다. 사실 처음엔 30분이라고 해서 “이게 운동이 되겠어?” 싶었는데, 30분간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계속 라켓을 휘두르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 운동 효과도 좋고 재미도 있어서 앞으로 꾸준히 하게 될 듯 하다.

무엇이든지 시작하려면 장비부터 사야 함

자전거

코로나 때문에 별로 할 게 없다보니 자전거 타고 한강을 많이 돌아다녔다. 내년엔 더 본격적으로 타지 않을까 싶다.

아는 형이 공짜로 준 자전거

영화 <스텝 업>을 보고 춤을 춰보고 싶다는 꿈을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었는데 올해에 실현했다. 함께 두세곡 정도의 안무를 끝마쳤다.

2PM 우리집 연습 영상 캡쳐

2020 타임라인

  • 1월: 민표님 페이먼츠행 / 하우빌드 오퍼
  • 2월: 온라인 보험 사일로 해산
  • 4월: 차 바꿈 / 춤 추기 시작
  • 6월: 드라이빙 센터 / 써킷 라이센스
  • 7월: 테니스 시작
  • 9월: 자전거 시작 / 작곡 맛보기
  • 10월: 할로윈
  • 11월: 토스 2주년

읽은 책

  •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